전진을 위한 과거 ‘희망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과거는 미래 진보를 위한 희망의 토양이다.

시간의 흐름은 ‘성장의 역사’를 이어가는 논리적 근거

과거에 지배당하지 말고 현재를 직시하고 희망의 미래를 키우자!

10보 전진, 일시 정지, 다시 10보 전진

좌절은 전환점이 되고, 희망은 그 전환점을 딛고 성장한다

인간의 삶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슬픔과 기쁨, 아픔과 설렘, 두려움과 기대 …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이런 감정들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오랜 옛날에는 천재지변으로, 현재를 사는 지금은 경제난으로 인해 우리의 삶 밖으로 내몰려왔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은 아시아 경제난을 지나 세계 경제대란으로 이어지는 ‘難’의 역사이며, 아직도 우리는 그 중심에 서서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보다는 과거를 추억하며, 현재를 비틀고, 미래를 가슴에 묻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역사는 결코 과거의 것이 될 수 없다.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새 것이며, 가장 새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발터 벤야민은 현대에 대한 해석을 내림에 있어서 과거의 시간 속에 살아있는 역사의 가치를 끌어냈다.

과거에 기대어 서서 과거에 대한 추억 속에 갇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순환의 주기를 가진 역사의 본질은 진정한 미래를 볼 수 있는 해안이 될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에 대해서는 걸어놨던 빗장을 풀어야 한다. 지금의 난제 속 어딘가에 숨어있는 희망을 찾기 위해서는 과거를 추억하기보다 들춰내고, 현실을 비틀지 말고 직시하며, 미래를 가슴에 묻지 말고 끌어내야 한다.   

‘우리의 1년은 세계의 10년’을 외치던 과거 우리는 10보 전진의 역사를 이뤄냈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서 우리는 그 동안 이뤄냈던 것을 모두 과거에 남겨두고 와야만 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10보 전진을 이뤄내기 위한 출발선상에 서있다.

시간의 정당한 가치

성장의 논리가 지배한 과거. 1988 ~ 1997

1988년 이후 1997년까지 10년은 한국 현대패션사의 태동기로 분류될 수 있다. 지금은 수치를 가늠함에 있어서 극히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불가능을 향한 도전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천 억 원대’ 매출이 마치 당연한 수순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과잉 외형 성장 시대였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시기는 기업의 외형을 지나치게 팽창시킴으로써 폭발 일보직전의 위기로 내몰았다.

아시아 외환위기는 결국 팽창된 공을 터뜨렸다. 그러나 폭발은 주변을 파괴하기 보다는 새로운 출발을 향해 갈 수 있는 새로운 토양을 마련해주었다.    

성숙이 강요된 시대. 1998 ~ 2009

1998년부터 2009년 현재까지 대략 12년의 기간은 폐허를 비집고 새로운 희망의 뿌리를 찾아가는 시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로 촉발된 외환위기는 글로벌시대를 향해 나아가던 발걸음을 갑자기 멈추게 했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듯했다. 

최근 개최된 북유럽 미술 전시회의 기획의도를 설명하는 부분에 ‘전환의 지점에서 그 출발점을 찾는다’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이 시기는 패션이 양에서 질로 방향을 선회하는데 필요한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즉 새로운 출발점을 찾아가는 전환의 시공간이었다고 해석될 수 있다.

2008년 전 세계가 금융위기에 휩싸이면서 다시 한번 공포에 따른 정지 현상을 경험하고 있으나 최악의 깊이를 경험했기에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을 만큼의 의지와 여력은 소진되지 않고 남아있다.

글로벌 주역, Korea. 2010 ~ ?

한국은 글로벌 주역이 되기에 적합한 여러 제반 여건을 갖춰왔다. 생산기지이자 세계 소비중심지로서 중국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져가고 있으며, 경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본과도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소비도시로써 서울의 도시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지금은 글로벌 브랜드와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으나, 이러한 투쟁의 결과물이 한국패션을 성숙시키는 힘의 근원이 되고 있다.

불안한 개성공단, 날로 상승하는 중국 생산 공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섬유산업 전환의 키워드, 수입 브랜드에 자신감 있게 맞서지 못하는 로컬 브랜드들의 치유되지 않는 콤플렉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이 결국 문제를 찾고 해결방법을 강구해내는 긍정의 힘으로 작용해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당당한 위용을 과시하게 될 것이다.  

1988 ~ 1997

새로운 역사의 태동, 진보의 10년사

누군가는 성장이라 추억하고 누군가는 자멸의 시작이었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에 대한 각기 다른 사유와 분석들이 기반이 돼 현재가 있고 미래를 일궈낸다.

한국섬유경제신문사가 창간된 1988년은 올림픽이 개최된 해로 한국이 글로벌화로 진입하기 시작한 시점과 괘를 같이하고 있다. 수익으로서 섬유의 소박한 정확함에 심취해온 한국섬유·패션산업이 패션 부문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데 88 올림픽이 결정적인 전환점 역할을 했다. 

물론 이전에도 패션은 존재했고, 패션기업들이 백화점과 가두점에서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고 있기는 했으나, 정확하게 주류로 분류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시기는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전개되면서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허물어가는 과정으로 아시아 금융위기의 파고가 10여 년 동안 일어난 변화의 틀을 모두 덮어버리지 못했다. 

1. 88올림픽, 한국패션 선진화의 시작

스포츠 라이프 & 스포츠 소비

한국섬유경제신문사가 창간한 1988년 당시는 섬유산업이 한국에서 주력사업부문으로 우대받던 시기였다. 그러나 88년 올림픽이 기점이 돼 스포츠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패션산업부문이 투자가치 있는 산업부문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1988년 6월 창간 당시 개재된 내용을 보면, 올림픽 특수를 겨냥한 섬유 및 패션 브랜드들의 ‘날염 티셔츠’ 프로모션에 대한 보도가 눈에 띈다. ‘전략적인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던 시기임을 감안할 때 섬유라는 범위에서 조금 확장된 상품 프로모션은 최선의 전략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글로벌의 서막, 유럽풍을 입다!

또한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88 올림픽이 세계에 대한 눈을 띄게 해줌으로써 ‘유럽풍 엘레강스 캐주얼’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수입브랜드가 없지는 않았으나 외국 여행이 매우 드물었던 시기임을 감안할 때 ‘유럽풍’에 대한 낯 설음과 동경은 88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사대주의의 철퇴를 맞으며 뜨기도 전에 쇠락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의 바람이 유럽풍의 붐을 일으키는데 일조했다. 

당시 기사의 서두는 ‘유럽풍 하이 캐주얼이 우리나라의 캐주얼 개념을 뚜렷하게 분리시켜 패션의 한 파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볼륨 브랜드로 지금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는 「데코」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2. 미완의 개혁, 유통의 진보

좌절됐지만 너무 생생한 기억, 쁘렝땅 백화점 

유통 변화 욕구는 한국 근대 패션史와 동일한 투쟁의 역사를 갖지 않을까? 88년은 굳이 올림픽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들춰내지 않아도 충분히 패션 유통사에서는 의미 있는 획을 남겼다.

프랑스 ‘쁘렝땅 백화점’이 을지로에 오픈 한 일대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1988년 8월 17일자는 ‘쁘렝땅, 의류 전문 백화점으로 출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같은 해 9월 1일 오픈 준비 상황 보도와 함께 의류 전문 백화점에 대한 업계의 관심을 대변하는 기사를 개제했다.

아직도 그 백화점을 들어설 때의 낯 설음과 두근거림을 기억한다. 보지 못했던 브랜드가 프랑스라는 아우라로 빛났고, 일층 윈도우의 디스플레이는 마네킨이 서로의 움직임을 연결시켜주는 듯한 역동적인 배치로 프랑스 오리지널 패션문화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결국 그리 길지 않은 역사를 뒤로하고 사라져 지금 그 자리를 차지한 오피스 건물의 냉기 도는 추억이 절대군주로 군림하면서 변화보다는 답습을 통한 안위를 지향해온 한국 백화점의 현실을 각인시키는 듯하다.

3. 교복자율화 폐지, 그 이후

전환점에 선 스포츠 브랜드의 생존 전략

교복자율화는 교육제도 개혁을 배경으로 이뤄져, 사교육비 상승과 지나친 의류구입비 소모라는 경제적 이유로 예고된 폐지의 수순을 밟았다.

교복자율화는 캐주얼과 스포츠 웨어가 가두점을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원동력이 됐으며, 교복자율화 폐지는 그만큼 감소하는 소비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활로 모색의 절박함을 가져왔다.

그러나, 88올림픽 이후 성장 가도를 달리던 스포츠 브랜드들이 교복자율화 폐지로 인해 일시적 위기를 겪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1990년 6월 30일 100호 특집 중 ‘교복 부활에 따른 스포츠화 수요 감소로 코오롱, 화승, 프로스펙스 등 앞다퉈 토틀화 시도...캐주얼화 신규 브랜드 런칭’이라는 정말이지 의도를 가늠키 어려운 기사가 개제됐다.

아마도 스포츠화 수요가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한 시점과 교복자율화 폐지가 맞물려 원인을 분명히 가려내기 어려운 시기상의 문제로 풀이되며, 스포츠 브랜드들은 이 시기에 감소된 수요 보완을 위해 다양한 사업부문 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4. 풀리지 않는 남성복 고난의 역사

여성은 소비 중심으로서 그 입지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는 더 이상 발굴의 여지가 없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성장을 가늠하는 변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패션은 남성을 향해 한결 같은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왔으나, 번번히 소득 없는 시도로 그치며 소비층 확장 의지는 매번 좌절됐다. 남성복 시장은 곧 좌절의 역사, 고난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수요 확장을 위한 시장 세분화

신사복은 ‘필요에 의한 소비’로 성장한 복종으로 대표될 수 있다. 여성복이 토탈 웨어로 전개된 반면 신사복은 신사정장은 드레스셔츠, 넥타이가 각기 다른 브랜드로 영역을 세분화했다.

이를 통해 백화점은 신사복 매장을 확장할 당위성을 확보하고, 브랜드들은 매장 면적을 늘리지 않고 실질적으로 메가 브랜드로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했다. 그러나 각 복종별로 세분화된 신사복 브랜드 구조는 수입 브랜드 에이전시가 각기 다른 업체에 라이선스 권을 부여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매우 비생산적인 구조를 띠었다.

1988년 창간호에 게재된 ‘드레스 셔츠 브랜드 도입 러시’는 당시 신사복이 성장 가도에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이와 함께 로컬보다는 해외 브랜드라는 아우라가 필요했던 업계의 상황을 시사하고 있다.

당시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신사복 업체와 백화점의 상생의 논리가 작용해 이 같은 복종별 브랜드 세분화와 라이선스 브랜드 도입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1990년, 한계성장에 도달한 신사복

2009년 지금까지도 신사복은 기간산업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한계성장에 대한 업계의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1990년 6월 30일 100호 특집은 ‘신사복 시장 고속 성장 벗어나 전환기 맞아 - 중저가 붐, 신규업체 대거 진출로 과당경쟁 돌입’이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통해 특정 사업부문의 쏠림 현상과 이에 따른 경쟁력 저하에 대한 신사복의 무분별한 성장 의지를 지적했다. 

신사복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시장은 합리적 가격을 내세운 저가 전략으로 소비자를 억지로 끌어들이려 하고, 이마저도 한계에 봉착하기 시작할 때쯤 가치로 치장한 ‘프리미엄 가격’으로 극적인 회생을 꿈꾼다. 그러나 언제나 이 같은 의지는 충분히 계획되지 않은 전략으로 좌절돼왔다.

5. 수입브랜드,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성장 절정기의 최후

수입브랜드는 97년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 외형 확장의 절정기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 시기는 명품 브랜드에 대한 무분별한 애정과 그에 대한 후광을 업고 확장되는 라이선스 브랜드, 두 가지 양상으로 분화돼 성장됐다.

실상 외환위기가 시작되기 전 94년 성수대교 붕괴와 함께 명품 브랜드의 예고된 불행의 서막이 열렸다. 명품 브랜드들은 매장을 축소하거나 한국시장 철수를 감행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명품의 명성에 의지한 라이선스 브랜드들이 위축돼가고 있는 명품 시장을 대체했다고 할 수 있다.

패션기업은 외형 확장이 절정에 다다르면서 내셔널 브랜드만으로는 더 이상 목표 성장률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하고 부가가치 높은 브랜드 사업 명목으로 라이선스 브랜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1998 ~ 2009

드러나지 않은 진보의 잠재력

19세기 작가 빅토르 위고는 ‘군중은 이름없는 백성’이라고 정의했다. 익명성을 무기로 성장한 군중의 힘은 이제 소비자라는 절대 권력으로 성장했다. 익명성은 위협적인 존재로서 힘을 증폭시키는 강력한 에너지원 역할을 했으며, 단일화된 힘은 그 어떤 진화된 무기 이상의 폭발력을 갖는다.

이 시기 소비시장의 상당 부분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에 의해 주도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환위기가 브랜드 주도적으로 시장에 군림해온 패션기업에 깊은 상흔을 남기면서 철저하게 소비자가 중심이 돼, 가치로 위장된 무분별한 고가나 최소한의 권리를 무시한 저가 전략 등이 생존할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자금난으로 쓰러지는 기업이 속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멸되지 않을 수 있었던 조력자 역시 소비자였다는 것 또한 간과할 없는 사실이다.

1. 연쇄 부도, 그리고 회생을 위한 워크아웃

대기업을 꿈꾼 이들의 몰락

천 억 원대 매출은 패션기업들에게 ‘불가능이란 없다’는 그릇된 신념을 심어주었다. 그들의 비전은 꿈꿀만한 미래였으나, 시기와 방법이 고려되지 않는 쉼 없는 성장이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이러한 여파로 외환위기 직후 1998년에서 2000년까지는 나산, 신원, 대현, 보성 등 과거 패션시장을 주도해온 기업들의 부도와 워크아웃 절차가 숨가쁘게 이어졌다.

나산은 나선종합건설, 나산유통 등으로 사업확장과 이 과정에서 대주주의 비윤리적인 자금운영이 원인이 돼 결국 좌초됐으며, 보성은 나라종금 인수 후 무수히 많은 루머에 휩싸이다 역시 자금의 문제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다.

보성은 이랜드와 성장 과정에서 유사한 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마치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슈가 없는 시대에 언론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1997년 12월부터 1998년까지 무수히 많은 기업들에 대한 부도 관련 기사를 실어야 하는 언론의 입장도 그야말로 처참한 심경이었다.

1998년 2월 4일자에 게재된 나산 부도는 서막이 이었으며, 2000년 1월 26일자에 보성 최종 부도 기사가 나가면서 기업의 시장 철수 관련 기사는 일단락 됐다.

2. 21세기 新 거대기업의 출현

이랜드, 멈추지 않는 행보

외환위기 이후 시대를 논함에 있어서 이랜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랜드는 패션과 유통 각각의 시장에서 외형 또는 가치면에서 주류로 평가 받던 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합병하면서 패션유통기업으로 성장 속도를 높였다.

이랜드의 인수·합병은 그 진행방식에 있어서 전혀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생필품으로서 실용적 패션을 전개해온 기업의 철학이 그들의 인수한 기업들의 가치를 추구하는 패션 철학과 전혀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는 점 때문에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이와 관련된 기사는 무수히 언론사들의 서두를 장식했으며, 그만큼 당시의 상황이 주인이 바뀌는 회사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든 간에 묻고 싶어했던 언론과 업계의 절박한 심경을 대변한다.

3, 경제 위기로 일터로 내몰린 워킹 우먼

미시커리어캐주얼의 성장, 이면의 진실

워킹 우먼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 여성복은 캐릭터캐주얼이 급속하게 위축되고 그 자리를 커리어캐주얼이 메우게 된다.

미시커리어캐주얼로 당당하게 소비 주체로 등장한 미시족은 경제대란으로 인해 직장에서 밀려난 남편을 대신해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아줌마들의 고난의 역사를 말해준다.

미시족은 대외적으로 처녀 같은 몸매와 마인드를 가진 30대 주부를 지칭하지만 실제는 이 시기 갑작스럽게 증가한 ‘보험아줌마’의 미화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20대에게 맞춰진 캐릭터캐주얼보다 자신들의 몸과 나이를 고려한 정장을 구매하기를 원했으며, 이러한 필요에 의해 3040세대에게 적합한 정장을 구성하는 커리어캐주얼이 성장하게 된 것이다.  

1999년에 게재된 한 기사는 ‘의류 전체 업계의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미시커리어시장은 매출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당시 시장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4. 불안한 세기말 & 희망의 밀레니엄

21C의 불안을 기대로 전환시킨 밀레니엄 베이비

밀레니엄 베이비는 세기말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딛고 일어서고 싶은 패션업계와 소비자들의 요구가 맞물려 미래 소비자로서 ‘밀레니엄 베이비’라는 완벽한 모델을 만들었다.

실제 이 시기에 태어난 아기가 많았던 그렇지 않았던 결과보다는 단지 희망이 필요한 시대에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기여한 바가 컸다고 할 수 있다. 이후 2007년 황금돼지해 특수가 있었지만 성과는 뒤로하고 기대치 면에서는 밀레니엄 베이비 시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2000년 1월 5일 ‘밀레니엄 베이비 이벤트 러시’라는 제목의 기사는 당시 2000년으로 들어서기 직전의 상황에서 패션업계가 밀레니엄 베이비로 인해 얼마만큼 심적 위로를 받았는지를 입증해준다.

5. 주 5일제 근무, 해방된 직장인의 소비 탈출구

선진국형 소비, 스포츠 &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

주 5일제 근무는 실행이 예고된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실행되기까지 반신반의한 상태로 언론과 직장인들 모두 ‘설마’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주 5일제 근무가 시작되면서 레저와 패션 업계는 그 동안 막혀있던 무엇인가가 완전히 해소되기를 기대하는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 반응은 생각보다 매우 더디게 나타나 업계를 다소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지만 결국 목표 지점에 도달해가고 있다.

이미 형성돼온 골프부문이 서두를 장식했으며, 이후 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웃도어 캐주얼이 언더그라운드에서 주류로 성장해 지금은 스포츠 부문에서 중요한 입지를 점유하게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개최된 시점에서 주 5일제 근무가 선진국형 라이프 스타일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으며 같은 해 2월 6일 ‘주 5일제 근무 시작으로 골프 의류 브랜드 늘어나 …’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이후 2년 후인 2004년 6월 23일 ‘아웃도어 브랜드 40% 이상 신장 & 아웃도어 신규 브랜드 런칭 러시’라는 기사가 게재, 골프의 침체를 대체하며 새로운 시장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6. 레저형 소비문화의 확산과 성장

아울렛, 소모가 아닌 즐기는 소비

힘든 가정 경제는 백화점이 아닌 새로운 소비 공간의 필요와 함께 단지 소비만 하는 배려되지 않은 공간에 대한 거부감이 동시에 공존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이중적인 심리를 공략한 것이 편안하고 쾌적한 쇼핑공간을 제안하는 아울렛 유통의 등장을 견인했다.   

특히, 주 5일제 근무로 주말에 여유가 생기면서 증가한 가족단위 쇼핑객을 수용하기 위한 주차시설과 휴식할 수 있는 소비 공간에 대한 요구가 아울렛의 진보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2002년 6월 12일자에 게재된 ‘아울렛에 주목하기 시작’한다는 제목의 기사는 주 5일제 근무에 따른 아울렛 상권 및 유통의 성장을 설명하고 있다.

마리오 아울렛은 이미 한해전인 2001년에 오픈하면서 가산디지털단의 아울렛 상권 형성을 유도했으며, 소비자들의 즐기는 쇼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아울렛 상권 및 전국적인 확산에 거점을 역할을 했다.

이어 2007년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이 오픈해 명품 아울렛과 선진국형 레저형 아울렛으로 진화, 한국 유통 구조 다각화의 전환점이 됐다.  

<한숙인 기자·정리 : 유현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