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력 2인자인 장성택의 실각설을 놓고 무성한 의견이 난립하고 있다. 측근 2명이 처형당했고, 장성택은 삭탈관직돼 자택에 은둔하면서 조카인 김정은에게 매일 반성문을 쓰는 굴욕을 감수하고 있다는 보도다.

이런 한편 국정원과는 달리 정부 일각에서는 장성택의 숙청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한 발 물러서고 있다. 국민들은 어느 말이 진실인지 종잡을 수 없어 헷갈린다.

장성택이 숙청되고 안 되고는 우리가 알바 아니지만 자칫 북측의 대남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가 군부 강경론자와는 달리 비교적 온건로자로 전해지고 있어 그가 제동 역할을 못하면 자칫 남북관계가 험악해지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듯

죽의 장막 북한의 사정이야 국민들은 알 수 없지만 알려진 바로는 장성택이 중국과도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핵심 실력자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4월 개성공단이 북측에 의해 사실상 문 닫을 때도 군부세력과는 달리 반대의견을 제시했다는 보도도 있다. 젊은 혈기에 ‘욱’하고 잘못 판단할 수 있는 조카 김정은을 온건하게 조언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장성택 실각설에 가장 먼저 겁먹은 것은 개성공단이었다. 북측 강경 군부세력들이 준동해 개성공단에 만에 하나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북측 군부 강경세력들은 개성공단을 못 마땅해했다는 전언이다. 남침로인 개성공단에는 당초 최정예 탱크부대 2개 사단이 주둔하던 곳이다. 어리석은 생각이겠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가장 먼저 탱크를 몰고 내려갈 요새 중의 요새를 포기한데 따른 반발이 컸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남침로의 요새에 있는 2개 사단이 북쪽으로 10km나 물러서 송악산 뒤쪽으로 후퇴한데 따른 군부의 저항이 컷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2000만평을 개발해 공단과 호텔 골프장까지 만들어 굶주린 인민들에게 이팝과 고깃국을 먹일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가 아직 100만평 시범단지 마저 절반이 채워지지 않은데 따른 불평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걸핏하면 북한 권력의 핵심이라는 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개성공단 폐쇄운운하며 땡깡을 부린 일이 허다했다. 그러다가 결국 지난 4월 통행금지라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결국 남북 모두 개성공단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8ㆍ24 남북 당국 간 합의로 5개월여만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8ㆍ24 남북 당국자 간 합의는 종전보다 진일보된 개성공단 안정가동의 기틀을 확실히 못 박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이 같은 합의를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북측의 태도에 항상 불안성 가연심리를 떨칠 수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성공단 유지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장성택의 실각설이 불거져 겁을 냈던 것이다. 우리 정부가 전방에까지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처럼 개성공단 입주 기업과 거래 당사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북측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장성택 실각설로 요동치던 지난 한 주 내내 적어도 개성공단만은 아무런 변화를 감지할 수 없었다. 8ㆍ24남북 합의사항의 후속 조치를 위한 양측 회의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3통 문제 협상도 하나씩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입주 기업 관계자들이 전언이다. 사전에 출경신청서를 내 일일이 허락을 받고 있는 통행절차도 RFID 전자장치를 활용해 당일 출ㆍ입경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문제도 우리 측 근무자들이 본사와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북측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남측직원들끼리 인터넷을 자유롭게 통용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지난 한주 장성택 실각설이 언론을 도배질하는 와중에서도 개성공단 안쪽에서는 조금도 이상을 못 느꼈다고 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모든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어 평양 내부에서 죽이 끓는지 간장이 끓는지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5일에는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원사 대표 40여명이 단체로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6개 입주 기업을 둘러보고 개성공단 관리위원회로부터 현황 브리핑을 받는 과정에서도 하등의 이상 징후가 안 보였다는 것이다.

이번 방문단의 단장으로 일행을 인솔했던 최병오 회장이 북측근로자들이 사용하는 탁아소에 우유 등을 지원하기 위해 1000만원을 기탁했다. 의류산업협회장 자격이 아닌 패션그룹 형지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개성공단 관리위원회를 통해 기탁한 것이다.

이날 의류산업협회 주관 개성공단 오더수주 시찰단들이 봉동관에서 가진 오찬회동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자유롭게 진행됐다. 북한 권력 2인자가 실각했건 하지 않았건, 개성공단은 무풍지대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제 개성공단은 8ㆍ24 남북 당국 간 합의에 근거해 끄떡 없이 유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하는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거래 바이어들도 안심하고 거래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체제에서 가장 중시하는 정책은 핵과 함께 경제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경제특구사업에 전력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문제를 중시하는 김정은 체제에서 개성공단을 오도하여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은 결코 자멸을 재촉하는 짓이다. 개성공단에 사단이 생기면 북한에 세계 어느 나라도 투자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품질 자신감 명품 생산기지로 바뀐다

5만4000명 근로자와 30만 개성시민의 호구문제뿐 아니라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도 북측은 개성공단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 같은 대전제에서 그동안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던 개성공단 운영은 낙관해도 될 것 같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이 같은 낙관론에 근거해 생산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는 오더에 배고파 마구잡이식 수주했지만 앞으로는 진짜 고가품 생산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내공이 생겼고 더구나 숙련된 근로자들의 품질 수준이 가히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명품 생산기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다. 실제 최고의 품질을 가장 저렴하고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명품의 메카로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9월 재가동 이후 당분간 일감이 부족했던 개성공단은 새해부터 캐퍼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다. 5ㆍ24조치가 아직 해제되지 않아 신규 투자가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아무튼 개성공단을 활성화시켜 새로운 섬유산업 르네상스를 이루어나갈 때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