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잃을 뻔한 개성공단 수십조 금맥 된다
값싼 양질의 노동력. 숙련도 높아 명품산실 경쟁력 인정
당장은 끊긴 거래선 확보. 정부가 안전ㆍ신뢰성 홍보해야
3통 해결. 휴대폰ㆍ인터넷 허용 향후 투자 급증할 듯


6조원을 잃을 뻔한 개성공단이 향후 수십조 원의 이득을 기대할 황금알을 낳을 거위로 탈바꿈하게 됐다. 희망이 절벽 같던 개성공단이 극적인 남북 당국 간 협상 타결로 앞으로 한 달 내 힘찬 기계소리를 다시 듣게 됐다.

129개 입주 기업 중 70개사 이상이 섬유ㆍ봉제ㆍ신발 기업인 개성공단이 정상화되면 우리 섬유산업은 다시 한 번 르네상스를 기약하게 된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노동력을 결합한 황금 조합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월 70달러 수준의 기본급에 연장근무를 포함해도 월 130달러 규모의 인건비는 중국은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전직이 허용되지 않아 지난 10년간 숙련된 근로자들의 기술 수준은 동남아 국가의 생산성은 물론 실제 이태리 제품보다 품질우위를 확인받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관세가 없고 물류비가 싸 아직 내수용이지만 최고의 경쟁력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8ㆍ14 남북협상 타결로 개성공단이 정상 가동되면 원부자재 100%를 남한에서 공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원부자재 산업이 물 만난 고기가 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129개 입주 기업뿐 아니라 이미 남한 내 4000개 원부자재 협력업체와 2만명 이상의 종사자들의 사업과 고용의 핵심 근간으로 자리 잡았다.

원부자재 일부를 중국 등지에서 들여오고 있지만 대부분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 공급하고 있다.
의류봉제는 물론 신발에 소요되는 부자재의 70%가 섬유란 점에서 국내에는 없는 대규모 신발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개성공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중견 의류패션업체나 신발 생산업체의 협력업체는 150~250개 사에 달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섬유 산지 대구와 니트 산지 경기북부, 신발 산지 부산ㆍ경남 일대의 섬유 원부자재 생산 업체들이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활기를 되찾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지난 133일이 10년보다 더 길게 느껴지며 피 말리는 고통 속에 살아온 입주 기업들은 어떤 면에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어설픈 남북협약에서 시도 때도 없이 공단 폐쇄 위협 속에 공포감을 느껴왔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이제 안심하며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거래 바이어들도 조마조마하던 위험 부담을 말끔히 씻고 안심하며 거래할 수 있는 비 온 뒤 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협상 타결로 재발 방지와 신변 보장, 투자자산 보호, 국제화 등이 보장됨은 물론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던 3통 문제까지 해소되는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게 됐다. 통행ㆍ통신ㆍ통관 문제만 해결되면 입주 기업 뿐 아니라 거래 바이어들의 거래 활동이 아주 수월하게 된다.

더구나 휴대폰과 인터넷이 허용되면서 입주기업은 물론 거래 바이어들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올 필요가 없게 됐다.
이 같은 대 전제에서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그동안 말 못할 손실을 감수하며 참아준 거래 바이어들의 협조다. 이미 많은 원청 주문 업체들이 개성공단 중단 4개월 동안 오더 물량을 해외로 돌렸다.
패션은 시즌 장사란 점에서 4월 3일 이후 통행이 중단돼 여름 상품 출하가 막히면서 입주 업체 못지않게 거래 바이어들의 손실도 컸다. 급한 김에 소량 물량을 전북, 부산 등지로 일부 오더를 전환하면서 대량 물량을 동남아로 돌렸다.

가을 물량을 이미 전량 발주를 끝냈고, 겨울용도 상당량 해외로 발주 했다. 이것을 어떻게 종전처럼 거래선 들이 개성공단으로 돌리느냐가 관건이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녹슨 기계를 닦고 조이는데 한 달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공장이 가동돼도 오더가 없으면 개상공단은 식물공단으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선 정부가 나서서 원청 바이어들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물론 입주 기업들이 기존 거래선과 재개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 4개월 반 동안 한 푼의 매출도 없이 고사 직전에 몰린 입주 기업들의 자금 지원이 발등의 불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조사한 지난 6월말 기준 피해액이 1조 566억 원에 달한 점을 감안할 때 입주 기업 상당수가 개성공단 재개의 기쁨도 누리지 못한 채 도산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개성공단은 129개 업체의 활성화 차원이 아니다. 당초 2000만평 개발 혜택에서 1차 100만평 시범 단지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허전한 공단에 신규 입주가 급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외국공단 유치 및 국제화가 이루어지면 안전과 신뢰성이 크게 상승하게 된다. 물론 개성공단의 국제화는 임금 상승의 빌미가 될 수 있지만 당초 협약한 연간 5% 인상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를 계기로 수년 내 개성공단 제품의 역외가공이 인정되면 미국, 일본, 유럽에 수출 길도 트이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경공업 공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물꼬가 돼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가도 가시화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서서히 막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실업자는 많아도 생산 현장에 사람이 없고 국내 근로자 임금보다 오히려 비싼 외국인 근로자로 겨우 지탱하는 국내 섬유산업은 개성공단을 발판으로 다시 한 번 르네상스를 맞을 것을 기대한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