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필자는 대구염색공단에 위치한 면 날염 업체인 B사의 공장 생산 현장을 둘러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면 날염 업종의 대다수 염색 업체들이 일감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B 사는 최신 날염기 6대를 풀가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날염 제품 대부분을 수출해 오면서 꾸준히 품질 향상과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 온 결과 일감을 석달 가까이 확보해 불황이라는 말이 이 회사에서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반면, B사와 두 블록 떨어진 감량 업체인 L사와 또 다른 스판니트 염색업체인 K사 등은 일감이 급감하면서 가공료 하락과 염조제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원가부담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처럼 면 날염을 제외하고 폴리에스터 감량을 비롯해 니트스판 나일론 등을 염색하는 대부분의 염색업체와 후가공 업체들은 일감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염색가공 업계는 일감 감소가 지속될 경우 올 가을을 기점으로 전면적인 사업 철수 또는 축소, 부도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여 여간 걱정이 아니다.
이미 사염업체인 대구염색공단 소재 성광염공과 JA다이텍 등이 공장 매각 또는 가동 중단을 한데 이어 서대구공단에 소재한 면 염색업체인 (주)대정이 염색사업에서 철수했다.

이처럼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몇몇 염색업체들도 염색사업 포기나 생산설비 축소, 인력감축 등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염색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량 등 몇 년간 호황을 만끽한 업체들의 경우 1~2년의 불황은 견뎌낼 수 있겠지만 사염, 니트, 나일론, 후가공 등 다수의 업체들이 현상 유지에 급급한 상태에서 자본력이 취약한 업체들은 불황의 직격탄을 쉽게 비켜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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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공장 내부 전경 (사진은 특정업체와 관련 없음)

폴리에스터 감량가공 업체들도 날염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비상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폴리에스터(PET) 직물의 대표 품목인 치폰직물의 경우 너나없이 치폰직물 생산과 내수 및 수출 전략을 전개함으로써 가격 폭락을 불러 일으킨데다 생지 가격마저 야드당 450원대까지 추락해 상황 반전이 여의치 못한 상태이다.
 
한때 금치폰이라 불리며 야드당 생지 가격이 750원까지 치솟았던 치폰직물이 현재는 450원 대로 추락해 똥값 치폰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이고 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연사료 폭락과 가공료 하락도 본격화되고 있어 관련 업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폴리에스터 직물의 경기 반전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긴 하다.
중국 치폰 생지 수입가격이 야드당 550원 선으로 우리제품 보다 100원 정도 더 비싸진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직물 업계 인사들의 낙관적 전망이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을지 좀 더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EU경기의 장기 침체와 중동의 혼돈, 한국산 제품의 시장 경쟁력 약화 등으로 단번에 시장을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따라서, 염색가공 업계는 경기 반전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업체 나름대로의 자구 노력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할 것 같다. 업체 스스로 차별화된 제품 개발 전략을 세우고, 가공료 제값받기 노력 등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감 부족이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헤쳐 나가기 위해 업계 구성원 모두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 하겠다.(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세계섬유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