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섬유산업의 발전의 바탕에는 관련 섬유기계산업의 적절한 마켓 대응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국내 섬유기계 메이커들이 수요기업과 공동 대응을 통해 선보였던 많은 신기종 및 신모델들은 국내 섬유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이 같은 국내 섬유기계 메이커들의 수입대체 기종·모델 개발 대응과 함께 해외 섬유기계 대리점들의 역할 또한 적잖았다.

준비기, 제직기, 편직기, 염색가공기 등 섬유 공정 스트림별 특화된 첨단기종들을 국내 시장에 소개하는 한편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섬유산업이 의류용에서 비의류용 및 산업용 섬유소재 분야로의 빠른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관련 분야 기업들의 마켓 대응력은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용 섬유분야의 경우 인테리어 파트를 비롯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원사에서 준비, 제직, 염색가공, 봉제분야에 이르기 까지 기존 보유 생산라인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생산라인 전 공정에 걸쳐 새로운 설비 구축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하며, 이에 따른 수요 또한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섬유기계 국내 대리점들의 경우 상당기간을 현지 메이커에서 제시하고 있는 일부 기종들만 제한적으로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소극적인 자세로 말미암아 수요기업들이 해외 섬유기계 대리점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같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관련 전시회를 통해 국내에 소개할 기종과 메이커를 물색해왔던 모습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또, 관련 생산설비를 공급에 있어서도 현지의 앞선 기술력과 마켓 흐름 등을 국내 관련 업계에 제시해왔던 테크니컬 설명회가 많았었지만 이 또한 사라진 모습이다.

이와 함께 대리점들이 국내 섬유산업 변화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지 못함은 물론 예전과 다른 마케팅 테크닉-툴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많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활동해온 해외 섬유기계 에이전트 가운데 상당수가 내수 수요 급감에 따라 손을 놓고 있거나 수요기업들의 요청에 의해 움직이는 정도”라면서 “예전과 같이 설비공급 및 테크니컬 세미나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아이템을 확보하지 못한 것과 국내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점차 명맥이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섬유소재산업이 급변하고 있다. 비의류용 특수용도분야 마켓을 겨냥해 국내 수요 흐름을 파악하고 관련 설비들을 전개한다면 또 다른 변화와 기회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섬유기계 대리점들의 이 같은 흐름과 함께 섬유기계 관련 부품개발 기업들의 변화된 모습도 요구되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메인 생산라인에 필요한 관련 소모부품 개발분야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지금은 일부 기업들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섬유기계 부품을 개발·공급하고 있는 기업 대표는 “예전에 비해 대폭 줄어든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변화하고 있는 섬유산업의 맥을 파악하는 것”이라면서 “특수섬유분야로의 흐름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들 분야와 관련된 부품개발에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섬유기계 및 부품산업의 유지·발전 없이는 섬유산업의 발전 또한 심각한 부침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변화의 흐름에서 모든 생산라인을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이상 관련 부품산업의 희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부품산업을 기반으로 수입대체 설비 개발·공급 또한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