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잘못 둔 숙명적인 민족의 업보다. 넌덜머리나게 상종하기 어려운 고약한 북한 집단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처지가 업보인 것이다.

북한 핵위협에 공동 대응해야할 이웃 일본은 요즘 따라 더욱 기고만장하며 우리의 염장을 질러댄다. 엔저효과로 잃어버린 20년을 돌파하자 이웃 선린은 안중에 없는 망언을 되풀이한다. “사람이 시원찮으면 이웃집 송아지가 문다”고 한국경제가 추락하자 만만하게 골려된 것이다.

그래도 이명박 정부 때는 우리 경제가 세계의 우등생이었는데 요즘 돌아가는 통박은 ‘아니올시다’다. 3월 경제성장률이 0.9%라고 호들갑 떨지만 3개월 내내 1%미만의 저조한 실적에 그치고 있다.
향후 경제성장 전망도 어둡기는 매한가지다. 국제적인 회계 컨설팅회사인 언스트앤영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아시아 상위 11개국 가운데 사실상 꼴지인 것이다.

북한은 핵을 앞세워 얼씬하면 맡겨놓은 것 달라는 식의 억지로 땡깡을 부리고, 일본은 “이때다”싶어 외교적 도발로 민족감정을 건드리고 있다. 고약한 이웃들이다.

폐쇄위기 개성공단 해법은 없는가

우리 내부는 여전히 정치권부터 내편 네편으로 갈려 각혈하듯 싸우고, 강성노조는 일본 엔저로 회사가 거덜위기라고 아우성쳐도 제 뱃속 채우는 것 외에 안중에 없다.

일본경제가 일취월장하고 중국기술은 한국의 턱밑은 지나 머리 꼭대기로 가는데 우리 내부는 여전히 “제 밥에 콩 작다”고 다툰다. 5000년 역사상 지난 몇십년 중국에 으스대긴 했지만 이제 중국인이 한국에서 발 맛사지하고 우리가 일자리 찾아 중국으로 갈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삼성, 현대차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누리고 사는 줄 모르고 정치권, 시민단체, 강성노조들이 경제 민주화란 포장으로 재벌 못 잡아서 안달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세수 펑크가 17조원에 달해 나라 곳간이 곧 바닥을 보일텐데 “복지복지”하며 여기저기서 포퓰리즘 경쟁에 나서면 그 끝은 제2의 그리스 가 될 수밖에 없다.

말을 바꾸어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지 3주가 되면서 남북간의 기싸움이 결국 막다른 길로 가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으로 시한을 정해 우리 정부가 실무회의를 제안했지만 북측은 시한까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던 북한이 한술 더 떠 개성공단 폐쇄를 자기들이 먼저 단행하겠다는 식으로 어깃장을 났다.

득달같이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우리측 관리자 176명 전원에 대한 철수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개성공단 폐쇄까지는 안가도 우리 근로자를 인질로 남기지는 않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현장에서 공장을 관리하고 있는 관리자를 전원 철수한다는 것은 개성공단에 있는 입주기업의 전 재산을 북측으로 넘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마치 금강산과 똑같은 현상을 예상할 수 있다.
개성공단에서 우리측 근로자 전원이 철수하면 그것은 개성공단 폐쇄로 가는 수준이다. 폐쇄될 경우 북측이 아픈 것은 차지하고 우리가 더 아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 우리측 경제적 손실만 6조원에 달하지만 영업권 상실과 거래선 이탈로 빚어진 손해는 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마주 달리는 열차가 부딪히면 양측 모두 치명적인 파멸이 불가피한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 123개 기업의 전 재산이 날아가 떡쌀 담그게 되고 7000여 협력업체의 2만여명 종사자 일자리가 없어진다.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가면 되겠지만 당장 공장 짓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인건비로 개성공단의 3배는 더 줘야하고 물류비는 수십배 더 들어간다. 내국인 거래로 내지 않던 관세도 물어야 하는등 오만가지 불리한 요소가 산적해 있다.

경제적 손실뿐 아니다. 개성공단은 군사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요소를 안고 있다. 북한의 2개 사단이 주둔하던 곳을 후방으로 10Km 후퇴시킨 그 자리에 조성됐다. 남북 긴장완화의 완충지대고 평화지대다.

차디찬 동토의 나라 개성공단에 근무한 5만 4000명의 북측근로자들은 의식이 바뀌었다. 초코파이, 라면, 커피를 마시며 자본주의 맛에 깊이 물들어 있어 통일에 대비한 사전 전초작업으로 의미가 컸다.

북측으로서는 체제유지에 엄청난 부담감이 큰 곳이다. 북측이 예상을 깨고 개성공단에 대해 강경입장으로 선회한 것도 황색바람으로 인한 체제 유지에 걸림돌이 된다는 군 강경파의 주장이 먹혀들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방북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노 대통령에게 면전에서 핏대를 냈다는 후문이 있었다. 바로 개성공단에 대해 한국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북측을 이용하고 있다고 버럭 화를 냈다는 것이다.

당초 김대중 대통령과 합의한 1000~2000만평 규모의 대규모 공단과 호텔 위락시설을 조성하는 조건으로 군을 설득해 후방으로 이전시켰으나 한국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사실 2000만평 규모는 커녕 10년이 되도 시범단지 100만평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123개 기업의 입주한데 따른 불만이다.
또 북측이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절체절명의 호구지책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월평균 임금 100달러 남짓은 쌀과 의복, 집을 북한정부가 제공하는 상황에서 별로 남는게 없다는 것이다.

평양의 피복공장 임가공료도 황색바람 부담이 없는 개성공단보다 오히려 높고 해외에 파견된 근로자 임금도 최소 월 300달러라는 것이다. 남측이 철수하면 중국의 힘을 빌려서라도 가동하면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무서운 계산을 하고 있을 수 있다.

전쟁으로 가는 파멸만은 막아야 한다.

우리 측이 생각한 것처럼 북측근로자 5만 4000명의 일자리 상실과 30만명 개성지구 인민의 밥줄이 걸려 있는 중대한 사항을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다. 체제유지에 걸림돌이 되면 개성시민 몇십만명 쓸어버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로 생각하는 북한군부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됐건 개성공단은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정치, 군사적으로도 절대 유지돼야 할 중요한 요소를 안고 있다. 우리 정부가 북측이 실무회담을 거부한다고 당장 현지 주재인력을 철수하라고 하지만 입주기업은 수용할리 없다.

“죽어도 개성공단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사수원칙에 변함이 없다. 인력 철수는 제2의 금강산 꼴이 되기 때문이다. 북측은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주는 격으로 한술 더 떠 선수를 치겠다는 것이다. 추방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게도 구덕도 다 놓친다.
남ㆍ북 양측이 개성공단 폐쇄는 군사충동의 서막임을 직시하고 좀 더 인내하고 지혜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