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치 혀끝에서 나온 말은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마다 3뿌리중 가장 저지르기 쉬운 말실수를 막기 위해 언술을 정련하느라 애를 쓴다.
더구나 개인이 아닌 국가의 통치자나 기관은 국가간의 분쟁사태가 불거져도 가급적 직접화법보다 간접화법의 수사를 사용한다. 국가차원에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금도를 위해 외교적 수사를 사용한 것이다.

아무리 막가는 지구촌의 변방이지만 명색이 국가인 북한집단이 뱉은 말마다 세치 혀끝에 도끼를 물고 있어 소름이 끼친다. 연일 우리를 향해 퍼붓는 광기(狂氣)의 극언은 맨살 위를 기어가는 독사를 연상케 한다.

같은 말도 콩 보고 두태라고 할 때 어감이 달라진다. 요즘 북한이 자주 쓰는 망언 중에는 “멸적의 불도가니에 쓸어 넣으라”니 “무자비한 보복성전”, “열 핵전쟁”이란 신조어까지 동원하고 있다. 고래지풍으로 내려온 조상의 묘에 대한 자손의 효도용어 마저 왜곡해 “적진을 아예 벌초해 버리라”고 하고, “적들의 허리를 부러뜨려 명줄을 완전히 끊어버리라”고 극언을 서슴지 않는다.

통 크게 대화제의 한 박 대통령의 묘수

아무리 철없는 28세 청년이라지만 독기 서린 한마디 마다 뒷골목에서 놀아나는 오색잡놈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서 유식한 수사학을 기대하진 않지만 최소한 국가의 지도자다운 품격은 지켜야 인민들의 존경까지는 못가도 비아냥은 면할 것이다.
지구촌에서 가장 고약한 집단을 이웃에 둔 우리의 팔자 소관이려니 하면서도 참고 또 참아야 하는 우리처지가 기막히다. 호랑이 새끼가 고양이가 된 것도 유분수지 유훈정치를 하늘처럼 강조한 김정은이 아버지가 만든 개성공단까지 백척간두로 끌고 간 것은 패륜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럭비볼 같은 이런 집단을 상대로 박근혜정부가 대화를 제의할 것은 과정이 어려운 만큼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본다.
망나니와 맞짱을 들 수도 없어 어른답게, 가진 자답게 참고 양보하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거두절미하고 개성공단을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경제적 차원을 떠나 국가안보를 위해 절대 필요한 지상명령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그 순간부터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국지전에 대한 서막을 의미한다.

지난 주 어느 언론사가 연일 거듭되는 북한의 핵위협 속에 개성공단 존폐를 묻는 국민 설문조사를 깊이 새겨야 한다. 이 와중에 국민의 47%가 개성공단 재가동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반면 폐쇄를 주장하는 국민은 40%에 머물렀다.

북한이 도발의 야심을 아가리째 내놓고 있는 이 살얼음 분위기에서 국민의 50% 가까이가 개성공단의 필요성을 공감한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평상시 기준이라면 70~80% 찬성반응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이 북한의 핵위협에 분기충천한 분위기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개성공단 유지원칙을 다시 강조하며 대화를 제의한 것은 매우 큰 의미를 담고 있다. 퍼주기로 왜곡하는 보수언론과 극렬한 보수세력의 압력을 뒤로하고 개성공단 유지를 위해 대화제의의 결단을 내린 것은 우리내부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찬사와 갈채를 받을 일이다.

옛부터 “똥이 무서워가 아니라 더러워 친다”고 했다. 그들이 도발해오면 몇 배로 초전박살 낼 능력이 있기에 자신만만하게 대화를 제의한 것이다. 그런 한편 “빈총도 맞지 않은 것만 못하다”고 조그만 사고라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대승적 결단이라고 본다. 이젠 북한이 화답할 때다.

전체 123개 입주기업중 섬유기업이 70%에 달한 개성공단이야말로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섬유산업을 살리기 위해서 필요하다. 입주기업 당사자뿐 아니라 남쪽에 있는 4000개 협력업체와 2만명 종업원의 일자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지난 7년 동안 아무 사고 없이 유지해온 개성공단을 모르는 국민이 태반이었지만 이번 북측의 일방 중단으로 타격을 입은 개성공단의 당위성을 온 국민이 알게 됐다. 북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경제, 입주기업과 협력업체를 위해 절실히 필요함을 재확인한 계기였다.

솔직히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고 북한근로자 5만 4000명의 밥줄이 끊어지건 30만 개성시민 호구지책이 사라지건 우리가 간섭할 사항이 아니다.
그들의 피해가 크건 말건 뒷전이지만 당장 우리의 피해가 더 겁나고 걱정인 것이다.

물론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우리보다 더 아픈 것은 북한이다. 전체 외화수입의 12%에 달한 연간 9000만달러의 달러박스를 스스로 발로 차는 자충수를 두게 된다. 여기에 하루에 근로자 1명에 6개씩 나가는 초코파이 배급도 사라진다. 북한근로자들이 즐겨 맛본 커피 맛도 구경할 수 없게 된다.

우리체제 같으면 국민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폭동이 일어날 수 있지만 북한체제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죽는 것은 인민들이지 배부르고 등 따듯한 평양의 고위층은 안중에 없을 수도 있다.
더구나 북한의 통치수단은 잔인하기 짝이 없다. 우리 측에서 볼 때 5만 4000명의 생명줄이고 30만 개성시민의 밥줄이라고 믿지만 북한 고위층에서 보기에 따라 하루아침에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리아가 패덕한 정권 유지를 위해 정부군이 탱크와 전투기까지 동원해 자국민을 학살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하면 개성시 자체를 탱크로 밀어 반발세력을 뭉게 버릴 소지도 얼마든지 있는 집단이다.

그런 잔인무도한 북한이기에 우리의 정상적인 사고로 접근해서 되는 일이 없다. 억지와 떼쓰기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는 지구촌 최고 악질집단에 한국식의 상호주의가 제대로 먹혀들리가 없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우리의 이웃을 잘못 둔 원죄로 생각하고 당근과 채찍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차제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한 책임은 분명히 북한에게 있으나 일부는 우리 내부가 부채질한 점도 있다는 자성론이다. “휴전선 통신은 끊으면서 외화벌이는 손 떼지 못하느니, 달러박스”니 하는 모멸감을 주는 행태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9천만불의 임금지급 제대로 보자

요즈음은 거지도 돈을 던져주면 반발하고 받지 않는 세상인데 거지 동냥 주듯 짓밟는 언행은 너무 심했다. 보수언론의 충정이야 이해하지만 그들을 너무 밟고 몰아세우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연간 9000만달러에 대한 북측근로자 임금에 대한 정의를 알아야 한다. 세계 어디를 가도 돈 안주고 사람을 부릴 수는 없다. 일부 보수논객들이 9000만달러가 김정은 손에 고스란히 들어간다고 비판하지만 이것은 정말 잘못된 논리다.

기업이 매출로 1억원을 올렸다면 원자재비, 관리비, 전기수수료 다 제하고 매출이익이 20%면 아주 남는 장사다. 북한에 흘러간 9000만달러 중 절반수준은 근로자 임금과 식량, 옷가지, 주택 유지비로 쓰고 일부 다른 부대비용을 제외하면 많아야 전체의 30~40%가 김정은 집단 손아귀에 들어갈 수 있다. 임금으로 지급된 9000만달러 전액이 평양고위층 수중에 들어간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도 너무 심한 것이다.

아무튼 상종하기 어려운 북한집단에 인내하며 대화를 제의한 박근혜 정부에 다시 한 번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