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 땡깡을 부린다. 그것도 옹기짐 지고 가다 자갈밭에 넘어지는 자해행위를 자초하고 있다.
남북간 최후의 보루인 개성공단을 건드린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들어간 자충수다. 5만 4000명의 북한근로자의 일자리를 포기하면 연간 9000만달러의 수입원이 사라진다. 달러가 고갈된 북한에서 9000만달러면 남한의 900억달러보다 큰돈이다.

이 돈은 평양정부가 챙기지만 북한근로자에게 상당부문 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처녀가 3년만 개성공단에 근무하면 부모에 손 벌리지 않고도 혼숫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번 돈으로 개성시민 30만명의 호구지책이 유지된다. 개성이 평양 다음으로 잘 살고 있는 것도 개성공단 덕이다.

최후의 보루 개성공단 폐쇄는 전쟁의 서막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의식은 공단이 시작된 7년 전에 비해 천지개벽이 됐다. 처음에는 묻는 말도 대답 않고 미숫가루, 초코파이를 줘도 외면했다.

그러나 얼마 안가 상황이 급진적으로 바꼈다. 남 앞에서 옷 벗는 것이 금기시된 북한 사회와는 달리 회사마다 따듯한 샤워꼭지를 켜놓고 샤워를 즐긴다. 초코파이도 하루에 1인당 6개씩 받아 장마당에 팔아 봉급 외 짭짤한 수입을 챙긴다.

어느덧 초코파이가 아닌 라면을 요구한다. 이젠 커피까지 즐겨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덧 자본주의에 물이 들어 그들의 의식은 벌써 60~70% 남쪽사람이 돼 있다. 3인조, 5인조 감시가 여전히 심해도 잘사는 남쪽에 대한 동경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북한 정부가 겁내는 것은 이같은 황색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자본주의 맛을 보면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 양의 동서를 불문하고 공통된 현상이다.

사람에겐 이 설움 저 설움 다해도 배고픈 설움보다 큰 것은 없다. 누렇게 부황 든 인민들에게 춘궁기에 옥수수로 허기를 채우라고 하면 필연적으로 폭동이 일어난다.
인민들에게 “이팝과 고깃국을 먹이겠다”고 공언했던 아버지 김정일의 유훈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패륜아의 짓이다. 더구나 개성공단은 김정일의 유훈사업이다.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대량 인질의 불장난을 저지르면 국제사회는 물론 그들의 보호막인 중국도 ‘에비’하고 손을 젓게 된다. 북한에 다시는 투자할 나라가 없고, 그렇게 되면 둥지 속에 갇힌 뱁새는 일패도지(一敗塗地)의 자멸로 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아무리 벼랑 끝에 몰렸다 해도 건드려서는 안될 것이 있다. 남북관계의 최후의 보루이자 30만명 개성인구의 호구지책을 포기하는 것은 자폭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국제감각이 없는 노쇠한 군인들의 강경노선에서 벗어나 개성공단 북쪽 출경 금지조치를 한시바삐 철회해야 한다. 김정은이 젊은 혈기로 무모하게 도발하면 서울 불바다가 아닌 평양불바다가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차제에 개성공단에 대한 남측의 인식과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중언부언하지만 개성공단은 당초 북측의 가장 빠른 남침로였다. 그곳에 2군단 소속 6사단과 64단이 주둔하던 군사요충지다. 개성공단을 확장해 2000만평 규모로 확대하여 연간 200억달러 규모의 생산거점으로 만든다는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그래서 북한의 최정예 부대인 2개 사단과 군사장비가 10Km후방인 송악산 뒤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2004년에 시작된 시범단지 100만평중 아직도 50%에 불과한 123개 기업만이 입주해 있는 것이다.

꼴통 북한 군부가 북쪽으로 10Km나 후퇴하는 결단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씬하면 북한 군부가 2000만평 개발은 커녕 100만평도 제대로 채우지 않은데 대한 불평을 쏟아 낸다는 소문이다.

어찌됐건 현재 123개 업체가 진출해 북한근로자 5만3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월평균 임금 130달러(연장근무, 성과금포함)수준이지만 우리말이 통하고 양질의 노동력과 전직이 않돼 숙련도가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유리하다.

연간 9000만달러의 임금을 준 대신 우리기업은 그보다 10배 이상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이다. 장사란 5리(里)보고 10리 간다고 하듯 돈이 보이니까 우리기업이 진출했다. 누구도 북한 도와주기 위해 간 것이 아니다.

입주기업의 투자금만 벌써 9000억원을 상회했고 기반시설 등 투자금액이 2조 36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전, LH공사, KT등의 기반조성과 인프라 등 전체 투자금을 합치면 천문학적 규모이다.

단순한 직접 투자금뿐 아니라 거래 협력업체와 영업차질과 손실액, 수천개 남측 협력업체와 1만 8000명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폐쇄시 줄잡아 6조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 납기 불이행, 거래선 상실, 국내외 신규투자를 감안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70%는 섬유봉제 기업이다.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대구산지와 경기북부산지 제직ㆍ편직ㆍ염색가공ㆍ신발부품ㆍ부자재에 이르기까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 때문에 필자가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봉제생산이 확대되면 소득 3만불 시대에 표류하는 우리 섬유패션산업이 새로운 르네상스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이번 북측의 무모한 출입제한의 잘못 못지않게 우리 내부가 이를 부추긴 책임도 반성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지급된 인건비 규모만 중요하고 우리기업이 벌어들인 이득은 제백사하고 물고 뜯은 잘못이 큰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 투자하건 공장 짓고 임금 주는 것은 당연하다. 개성공단 근로자는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훨씬 싸고 양질의 노동력인데 인건비 주는 것을 두고 마치 북측에만 시혜를 베푼 것처럼 오도해 왔다.

전쟁 원치 않으면 개성공단 건들지 마라

“특히 보수언론이 앞장 서 판문점 통신은 끊으면서 외화벌이 개성공단은 유지하고 있다”느니 “달러박스”니 하는 표현으로 모멸감을 시도 때도 없이 제기한 것이다.

북한 공산당의 통치방식 중의 하나는 자존심을 중시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못 살아도 자존심만을 한껏 내세운 그들의 통치방식에 우리 일부언론이 있는 대로 생채기를 낸 것이다.

그래서 “굶어 죽더라도 이같은 모멸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욱”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수 있다. 그냥 주는 것도 아닌데 거지 동냥 주듯 무시하고 자극한 것이 이같은 사태를 초래한 원인 중의 하나일 수 있다.

이제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우리기업이 하나를 주고 열을 얻는 개성공단에 초치는 저주와 왜곡의 굿판은 때려치워야 한다. 이것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한결같은 절규이고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