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박3일 주마간산격으로 중국 베이징을 다녀왔다. 올해도 베이징에서 열린 ‘CHIC'(국제의류박람회)의 프리뷰인 차이나와 ‘북경 인터텍스타일전시회’, ‘얀엑스포’를 참관하기 위해서다.
하필 도착 첫 날인 27일 밤 베이징 숙소에서 아주 불길한 뉴스를 접했다. 북측이 유일한 남북 소통채널인 군사 당국간 통신선까지 끊었다는 것이다.

이미 판문점 남북 통신라인이 끊긴 상황에서 남북간 긴급현안을 서면 또는 육성으로 전달하는 공식 통로이자 접촉 수단까지 막혔다는 소식이다. 순간 가슴을 철렁하게 한 것은 이 군사통신선이 개성공단 출입을 위한 명단 허가를 주고받는 수단이란 점에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득달같이 서울에 확인해보니 개성공단 입출입이 아주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KT를 통해 1300여 회선이 운영되는 국제전화를 이용하고 있어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中에 넘친 한류열풍 아직 진행형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들려는 북한의 행태에 비분강개하면서 저들이 얼마나 더 무모한 짓거리를 계속할 수 있을까하며 인내의 한계를 느꼈다. 5만3000명의 북측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해 개성시내 30만명 이상의 부황 든 인민의 떼깔이 달라진 호구지책마저 포기하겠다는 것은 국지전이건 전면전이건 도발을 전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박근혜 정부가 많은 인내를 하며 ‘미운자식 떡 하나 더준다’는 온정주의를 베푸는데 대해 배은망덕도 유분수다. 박 정부가 인도적 지원과 호혜적 교류협력,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해 내민 손을 스스로 배척한 자업자득이다. 참으로 갈수록 상종 못할 집단이다. 그렇지만 ‘망나니 길들인다’는 심정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밀고 나가야할 것으로 촉구되고 있다.

다시 말을 바꿔 중국에 대해 겉만 보고 속은 못 봤지만 분명한 것은 그곳에 뒤주가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거리의 자동차나 패션트렌드를 보면 돈이 넘쳐 도배질을 하는 느낌이었다.

저속한 표현이지만 옛부터 ‘가진 놈한테 붙어야 떡 한 조각이라도 생긴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그래서 “친아버지 도끼질한 곳에 가지 말고 의붓아버지 떡매질 한 곳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도끼로 나무나 패서 호구를 지탱하는 가난한 친아버지 보다 인정머리 없는 의붓아버지일 지라도 떡매질하다 한 조각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후진타오 집권 10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0%를 웃도는 고도성장을 만끽하면서 중국 전역에 거부들이 대거 탄생했다. 원화 기준 100억에서 200억대의 재산가가 1억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진핑과 리커창체제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성장의 동력을 내수진작에 두고 있다. 가는 곳보다 소비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거리의 자동차는 벤츠, BMW, 폭스바겐, 도요타 일색이다. 현대차는 간혹 보이지만 아직 가뭄에 콩 나기다. 고급식당에는 앉을 자리가 없고 수천만원씩 하는 고급식당 멤버십은 경합이 치열하다.
어느 지방도시 소재 70층 고층 아파트가 분양광고 하루 만에 동났다고 한다.

분양가는 서울 강남의 평당 3000만원보다 3배나 더 비싼 평당 9000만원에 달한데도 값을 따지지 않고 ‘허기진 사람 복어알 넘기듯’ 경쟁적으로 사들인다는 것이다.
패션시장 규모도 지난해 원화 기준 250조에서 내년까지 300조를 거뜬히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의 명품브랜드가 중국 때문에 지탱할 정도로 돈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더욱 큰 자신감은 식은줄 알았던 한류패션 열풍이 여전히 거세다. 유난히 TV 연속극을 좋아한 중국인들은 한국 드라마에 매료돼 있고, 출연진의 옷차림을 그대로 따라하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같은 동양인의 체격에 한국여성의 패션이 중국인들의 모델이 된지 오래다. 같은 한국브랜드인데도 중국에선 한국보다 1.5배가 더 비싸다.

중국 베이징의 한 백화점 매니저에게 들은 얘기지만 중국인들은 이제 가격은 뒷전이라고 했다. 가장 먼저 브랜드를 중시하고 다음이 스타일이며 착용감 순이라는 것이다. 가격은 구매조건에 네번째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광저우 베이징 같은 대도시뿐 아니다. 지난해 말 개통된 최북단 하얼빈서 최남단 광저우에 이르기까지 고속철이 관통하면서 광활한 중국 땅이 일일생활권으로 바뀌고 있다. 인구 50만 이상 도시는 고속철이 경유하면서 트렌드가 급속히 도시화 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 나온 패션제품은 도시, 시골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조선족이 많은 동북 3성의 선양에도 한류패션이 더욱 두드러져 유통회사 마다 신제품 소비가 연일 수직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E랜드가 향후 3년 내에 중국시장에서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야심이 결코 신기루가 아니다. 이랜드가 새로 전개한 커피전문점이 줄을 서는 모습이 하나의 예증이다. 자고새면 상전벽해에 천지개벽을 실감케 하는 중국시장은 우리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이 거대한 시장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에게 더 없는 행운이다. 한국패션업체들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 내일이면 늦다.

섬유소재 시장도 중국을 향해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만든 제품으로 경쟁하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이지만 특화된 소재는 불티나게 팔릴 수 있다.
이번에도 중국과 경쟁되지 않는 차별화ㆍ특화품목은 손님이 넘쳐났다. 오더량이 늘고 지속가능한 거래선을 확보한 것이다.

천재일우의 호기 내일이면 늦다.

그만큼 패션한류에 차별화 소재를 개발하면 중국 내수패션의 고가존에서 충분히 먹힐 수 있다. 중국의 패션시장이 그만큼 빠른 속도로 고급ㆍ고가화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아무리 좋은 황금시장도 보이지 않는 덫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국은 타지역과 다르다. 고도성장의 달콤한 유혹 위에 여러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암초라기보다 함정이 있다.
계약서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계약상 조그만 미스가 생겨도 나중에 ‘죽 쒀서 개 좋은 일’ 하고 만다.

중국에서 고도성장을 만끽한 기업은 좁은 국내 시장에서 아웅다웅 다투는 일에 무척 후회한다. 거대한 중국시장을 보다 국내 시장을 보면 시장규모가 조개껍질 수준으로 보인 것이다. 중국에서 성공한 기업들을 밴치마킹하며 세계가 눈독 드린 중국시장을 한국이 선점하는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전략이 시급하다.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화하는 일에 더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