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 원단조각 재활용 추진 시범사업이 서울시와 종로구청간 불협화음으로 양측이 ‘문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범 사업에 참여한 봉제공장과 재활용 업체만 중간에서 멍이 들고 있다. <사진 : 종로구청은 서울시의 봉제 원단조각 재활용 추진 시범사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종로구 일대에서 현장 단속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3월27일 단속반이 재활용 수거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장면. 양 지자체가 문서만 주고받는 사이, 시범사업에 참여한 업체들만 멍이 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말 종로구청으로부터 봉제 원단조각 재활용 사업 관련 건의를 받고 공문을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종로구청 건의는 ‘법령 개정 전 규격봉투(재활용 마대) 제작 및 수집, 운반처리업체 불법 선정시 예상되는 문제점’, ‘원단조각 수집 봉투의 불법 제작, 유통, 판매에 따른 법령 위반 사항 사전 해소’ 등에 관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종로구청의 제기 사항은 법적 문제점이 없다고 회신했다. 또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및 ‘재활용 가능자원의 분리수거에 관한 지침’ 등에 맞도록 종로구청은 자체적으로 봉제 원단조각 재활용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러나 종로구청은 지난 3월 18일 또다시 서울시와 재활용 수거 업체인 리텍스에 보낸 공문을 통해 무허가로 봉투를 유통·판매하는 것은 유가증권 위조 행위이므로 유통된 봉투는 전량 수거하고 처리 결과를 공문으로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형법 및 폐기물관리법 등에 의거 고발조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종로구청이 이렇게 공문만 주고받는 사이, 시범사업에 참여한 봉제 공장과 재활용 업체는 과태료를 부과받고 영업 정지를 당할 위기에 처하는 등 애꿎은 피해만 늘고 있다. 지난 3월27일 오후 1시30분 경. 봉제 공장이 밀집한 창신동 중앙 대로에는 단속을 나온 종로구청 직원과 봉제공장 관계자 등 약 1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30분 넘게 격한 대화가 오갔다.

종로구청 단속 직원이 재활용 수거 업체인 리텍스 차량을 단속하자 시범 사업에 참여한 서울봉제산업협회 및 봉제공장 사장 등이 이에 항의한 것. 현장에 있던 종로구청 단속반 전종대 총괄팀장은 “종로구 조례법에 의해 폐기물인 원단은 용역업체(관허 쓰레기 수거업체)에서 처리하도록 돼 있다. 허가없는 쓰레기 수거는 불법이다”고 밝혔다.

쓰레기가 아닌 사유재산이라는 봉제공장측 주장에 대해서는 “1~2개의 가전, 가구 등을 개인간 주고받는 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대량으로 처분하기 위해서는 폐기물처리 허가증이 필요하므로 지금처럼 따로 마대 봉투에 담아 폐기물을 거래하는 것은 단속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재활용 마대 봉투를 배포하고 수거할 때 재활용 업체가 마대 봉투값을 받는 것은 유가증권 위조행위라는 것이다. 그는 “(쓰레기 수거) 대행업체는 (종량제) 봉투 이익금으로 운영되는데 이를 일반 (재활용) 마대에 담아 수거하면 수거업체가 적자운영을 하게 되므로 구청은 이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봉제산업협회 차경남 회장은 “가내수공업 쓰레기는 불연소 제품이므로 매립지에서 받아주지 않는 품목이다. 이는 생활쓰레기에만 해당되는 내용이다. 특히 재활용 관계 법령상 사업주는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은 분리해서 스스로 재활용하도록 돼 있다”며 “상위법을 무시하고 구청 조례를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이날 리텍스는 종로구청으로부터 10~100만원 사이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으며 재활용 마대를 사용한 봉제공장은 경고를 받았다. 종로구는 또다시 적발될 경우 리텍스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에 의해 형사고발하고 영업정지 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경고를 받은 공장 역시 2차 적발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시를 믿고 시범사업에 참여한 업체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게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