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나라의 개는 달이 뜨면 짖는다” (촉견폐월ㆍ蜀犬吠月). 적절한 비유인지 몰라도 북한이란 개는 눈만 뜨면 대한민국을 향해 짖는다.

그냥 짖는 것이 아니라 두 눈을 부라리며 입에 바늘을 물고 혀끝에 독을 바르고 거침없이 찌르고 할퀼 태세다. 개 짖는 소리치고는 너무 살벌하고 섬뜩하다. 철이 덜든 최고사령관 김정은이 “적진을 벌초해 버리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적들의 허리를 부러뜨리고 명줄을 완전히 끊어 놓으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는다.
단순히 개 짖는 소리로 치부하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나비의 날개 짓이 폭풍을 몰고 오듯 김정은이 극언은 또 다른 도발을 예고하는 불길한 징후로 보인다.

그러나 짖는 개는 물지 않는 법이다. 한ㆍ미 합동 ‘키리졸브’에 겁먹어 소리만 요란할 뿐 실제 행동은 쉽지 않음을 그들이 먼저 안다. 또다시 우리를 건드리면 일은 터지게 돼있다. “오는 방망이 가는 홍두깨”로 묵사발을 당할 짓을 그들이 함부로 자초하지 못할 것이다.

짓는 개는 물지 않는다.

북한의 핵위협과 유엔의 북한제재, 북측의 남북정전협정합의 파기, 키리졸브 훈련과 연계해 남북긴장이 최고조로 달하고 있다.
해외 친지들은 “북한이 도발할텐데 왜 그냥 있느냐?며 빨리 유럽으로 나오라”고 친절하게 충고한다. 대한민국의 실상을 잘 모르는 해외인사들은 우리를 마치 내전이 극에 달한 시리아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동요하지 않고 생업에 열중한 한국인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존경한다”고 말한다.
북한이 겁먹고 안달하는 것은 이같은 한국 국민들의 강심장이다. 아무리 핵으로 위협하고 최고지도자를 앞세워 “벌초하겠다”고 협박해도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서울 불바다”한마디에 라면이 동났지만 지금은 핵아니라 핵할아버지를 들이대도 눈도 깜짝 않고 있는 것이다.
핵을 사용하면 남한뿐 아니라 북한도 함께 몰사 당한다. 저 죽을 자폭행동을 저지른다는 것은 머리를 하늘로 두르는 짐승치고 차마 할 수 없는 짓인 것이다.
너무 낙천적인 전쟁 불감증도 문제지만 너무 과민반응하는 것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겁먹고 요란법석을 떤다는 것은 북한 작전에 말려들 수 있는 것이다.

핵무기는 갖고 있어도 쓸 수 없는 무용지물이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우리의 첨단 무기 앞에 해장거리 밖에 안된다.
겁먹을 필요 없다. 경계는 철저히 하되 일상에 더욱 충실할 때다.
때마침 이번 일촉즉발의 남북긴장을 겪으면서 분명한 명제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바로 개성공단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전 국민이 여과 없이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개성공단은 2005년부터 시범단지를 시발로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1단계 100만평의 절반을 점유하면서 123개 기업이 가동하고 있다.

개성공단 가동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금강산 박왕자씨 피살사건에서부터 천안함 폭침, 연평도포격사건 등 대형 악재가 돌발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용납할 수 없는 대형사건이 이어졌고, 이번에는 남북정전협상까지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서슬퍼런 협박공갈이 이어졌다.

이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과연 이번에도 개성공단이 무사할까하고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결과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5만 3000여명이 123개 입주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개성공단은 전쟁 일보직전까지 가는 급박한 상황에도 “우리는 모른다”는 듯이 정상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년간 그토록 많은 돌발변수가 많았는데도 단 한번 가동중단이 없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아무 일 없이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개성공단은 남북양측이 서로 필요성을 절감하고 최후의 보루로서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있다.

사실 북한이 정전협정까지 파기하면서 판문점 남북간 직통전화를 폐쇄했지만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통신채널은 건들지 않고 있다. 아니 건드리면 개성시민 중 아사자가 속출하는 자충수를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정부 역시 북한이 길길이 날뛰며 핵위협과 전쟁불사 공갈을 퍼부어도 5ㆍ24조치 이후에 대한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힐 정도다. 만에 하나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남북간은 대화통로가 단절돼 결국 총부리를 겨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설적이지만 7년 전 개성공단에 가장 먼저 입주한 신원의 박성철 회장의 논리처럼 “한반도에서 가장 안전지대는 개성공단”이란 예언이 적중하고 있다. 박회장은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개성공단으로 피난오라“고 강조한 것 역시 남북 모두 개성공단을 공격할 수 없는 완충지대이기 때문이다.

이번 긴장사태를 계기로 일부 보수언론이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판문점 직통전화는 끊으면서 개성공단은 놔두고 있다”고 비아냥거린 것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논리다. 가급적 북한당국자의 자존심을 건드려 개성공단을 폐쇄하기를 바라는 듯한 논리는 남북간 경협활성화와 긴장완화의 평화지대를 전쟁 긴장지역으로 다시 환원하자는 논리와 같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연간 9000만달러의 개성공단 근로자임금을 주는 것만 아깝게 보이지 9억달러 이익을 보는 남측기업의 실상은 보지 못한 어리석은 판단이다. 또 5만 3000명 북한근로자의 의식이 60%이상 대한민국의식으로 바뀐 엄연한 사실조차 외면하는 악의적인 논조라는 것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시각이다.

중언부언하지만 우리기업 123개업체가 입주해 있는 개성공단 100만평은 과거 북한의 최정예부대인 북한군 2군단 소속 6사단과 64사단의 주둔지였다. 북한의 남침로인 그곳에 군사시설이 가득했던 것을 개성공단을 위해 10Km나 북한 쪽으로 후퇴해 송악산 인근으로 이동한 곳이다.

안전성, 필요성 절감했다.

북한의 최정예부대가 북쪽으로 후퇴하면서 그 자리가 평화지역으로 바꼈고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의 땅과 노동력을 합쳐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개성공단을 더 이상 퍼주기로 왜곡해서도 안되고,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현재의 개성공단 규모를 대혹 확대해 부황 든 북한 인민들을 구제하면서 투자보다 몇 배 큰 이익을 창출하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

북측이 한국기업에 근무하는 북한근로자들을 아무리 감시해도 남측의식에 젖어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총칼보다 더 효율적인 통일로 가는 길을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
북한에 하나주고 우리가 둘, 열개를 가져오면 그것은 남는 장사다. 남북관계에서 나무만 보고 숲을 못보는 어리석음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야 한다. 길은 바로 개성공단에 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