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라(염색)산업은 섬유산업 중에서 핵심 산업이다. 염색가공은 섬유 제품에서 색상의 미와 제품의 가치를 올려주는 공정이다. 그래서 염색가공산업은 섬유에서 꽃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섬유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공정이다.
 
"염색산업은 장치산업"

염색산업은 첨단 설비가 중요하다.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려고 세계적인 기계메이커의 고가 설비를 도입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첨단설비를 갖추었다고 하여도 화학분야인 염료 및 조제를 다룰 수 있는 노하우가 또한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산업이다.

설비규모도 소규모가 아니라 염색기부터 보일러, 폐수처리 시설까지 다 갖춰야 하는 한마디로 장치산업이다. 그래서 섬유의 타 공정에 비해 염색산업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그러나 대량오더 시대는 마감, 대량 생산시스템 탈피 필요”
국내 염가공업체들의 생산시스템은 일부 일괄생산 시스템의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임염색 및 임가공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자가 오더 시스템이 아닌 임염 시스템은 한마디로 오더(Order)가 있으며 살고 오더가 없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체계이다. 그러기에 오더 확보는 회사의 존폐를 결정할 만큼 중요했다. 그래서 업체들은 오더 특히 수출오더를 받기위해 사활을 걸어왔다.
 
국내 염색산업은 그동안 수출오더에 힘입어 성장해 왔다. 염색공장도 이러한 대량오더를 맞추기 위해 대량생산시스템을 구축해 바이어의 요청 물량을 소화했다. 대량생산시스템에서는 무엇보다도 대량물량 확보가 중요했다. 대규모 설비를 돌리기 위해서는 채산성이 떨어지더라도 당장 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물량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했다. 임가공료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동이 없다고 업체가 항변하는 게 이를 말해 준다. 이러다보니 공장의 채산성은 눈에 보이지 않게 갈수록 악화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채산성 보다는 그래도 오더 확보인데, 현재 국내 염색산업이 최근 세계 경기 침체와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고전을 겪고 있다. 사실 지금의 어려움은 염색산업 뿐만 아니라 섬유산업 전체가 어렵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지금 염색산업이 당면한 위기는 위에 말한 세계적인 경기흐름에 의한 어려움도 있으나 들여다보면 구조적인 문제가 현재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국내 수출은 미국 발 대량 오더에 크게 의존해 왔다. 한때 바이어 한명이 한 업체를 먹여 살린다는 말도 나왔지만 이제는 그러한 대량오더 시대는 끝났다. 사실 대량 물량과 대량 생산시스템으로 성장시켜온 국내 염가공업체들이 한순간 수출 대량 오더의 실종으로 어려워하는 이유도 이러한 구조적인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다품종 소롯트와 고부가가치 아이템으로 전문화 특화시켜야”
대형 오더는 이제 중국을 비롯 후발국으로 대부분 다 넘어갔다. 국내에 오는 대량 오더는 실행되지 않는 말뿐인 오더다. 말뿐인 오더에 더 이상 무리한 설비투자 등 외형을 키우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국내로 오는 오더들은 중국 등에서 소화 못하는, 대부분 작업에 난이성이 있는 다품종 소롯트 아이템이 많다.

이러한 오더들은 기존 대량시스템을 구축한 국내 염가공업체에는 맞지 않는 오더다. 이처럼 오더의 성격이 갑자기 바뀌다 보니 대량 생산시스템을 가진 업체들이 현재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한계적인 상황까지 왔다.
앞으로는 이러한 대량오더 시대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자투리(?) 오더들로 먹고 살아야 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옛날처럼 양으로 승부하던 마인드에서는 하찮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부가 아이템일 가능성이 높다. 양만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소량이라도 마진이 높으면 여러모로 경제 논리상 훨씬 이득이다.

또 소량 다품종이라도 개발 아이템에 따라 양도 늘 수 있고 지속적으로 오더를 이어갈 수 있다. 마진이 높다면 공장 채산성은 올라가 기업경쟁력 강화로 보다 더 많이 연구개발 및 영업 등에 투자 할 수 있다. 이런 아이템은 중국에서 작업 못하는 오더로 잘 활용하면 국내 염가공업계가 앞으로 승부해야 하는 틈새시장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고부가 아이템을 받기 위해서는 영업력뿐만 아니라 제품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례로 국내 폴리 및 나일론 스판물은 아직까지도 중국이 못 따라오는 경쟁력 있는 아이템들이다.
결국 국내 염가공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러한 고부가 소량아이템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 한마디로 양보다 질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로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소량 단납기 생산 시스템은 아직까지 중국에서는 따라오지 못하는 분야이다. 따라서 당분간 중국과 경쟁에서 벗어나 고유 아이템으로 성장시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생산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이어 다양한 제품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문제해결 시 바이어니즈도 충족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과 품질과 A/S를 앞세운 영업력 등이 요구된다. 다행히 최근 일부 업체는 발 빠르게 소량 다품종 아이템을 대응하기 위해 관련 설비구축,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거래선 다변화 필요… 수출 내수 병행해야”
또 하나 수출에 의존해온 국내 업체들도 이제부터 거래선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한마디로 수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내수에도 과감히 눈을 돌려야 한다. 수출의 장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환경이 바뀌면 그기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해야 살아 남는다. 현재의 대량 수출오더의 격감 상황은 국내 염가공업체들에게는 커다란 도전이자 기회이다.

사실 안정적인 회사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수출과 내수를 병행해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염가공업체들은 내수 오더라면 대부분 몸을 사린다. 한마디로 부도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내수 오더가 질적 양적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출오더보다 물량 및 여신은 불안하지만 고마진 및 사고 시 유연한 대응 등 메리트가 높다.

따라서 이제라도 수출오더에만 연연하지 않고 내수의 고질적인 문제인 여신불안을 해소시키면서 안정적인 내수 거래선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안정적인 수출 내수 비중이야말로 글로벌 위기 상황이 발생해도 보다 안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 벤더와 전략적인 공생관계 정립 필요”
현재 국내 염가공업계는 수출오더 격감에 이어 악재가 또 있다. 바로 국내 대형 벤더들이 해외에 자가 염색공장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더 구조상 바이어(바잉오피스)가 오더를 완제품형식으로 벤더에게 주면서, 대형 벤더들이 원단까지 핸들링을 해 왔다.

문제는 핸들링을 넘어 장치산업인 염색공장까지 구축해 직접 생산까지 한다는 점이다. 명목적으로는 가격경쟁력을 말하지만, 원가 구조상 봉제와 염색 어느 분야가 마진이 높은지는 누가 봐도 자명하다.

문제는 해외 자가 염색공장에서 직접 염가공을 진행함으로써 국내에서 소화되어야 할 염가공 오더들이 거의 없어진다는 점이다. 당연히 국내 염가공업체들은 갈수록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장 국내 염가공산업에 공동화를 불려올 가능성도 있다. 사실 국내 벤더 및 무역업체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국내에서 작업을 못한다지만 그래도 국내 염가공업체를 살리기 위한 진심 및 애국적인 마인드를 갖고 염가공업계와 서로 협의 한다면, 상생의 길은 아직도 많다고 본다.
“내부적으로 불량률 및 원가 저감 시스템 구축해야”
외부 환경이 어렵다고 내부 환경도 무시하면 안 된다. 치솟는 인건비와 원부자재, 유틸리티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왔다. 특히 유틸리티 비용은 아주 민감한 문제다. 최근에는 직접비에서 유틸리티가 차지하는 비용이 40%이상 치솟는 경우도 발생, 에너지 대란이란 말도 나왔다.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살아남는다.

먼저 내부적으로는 불필요한 설비들은 과감하게 정리, 작지만 강한 공장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불량문제는 치명적이다. 아무리 열심히 했지만  벌어놓았던 마진을 한 번에 날리는 것이 불량이다. 불량은 금전적으로도 손해지만 잘 해결하지 못하면 바이어와 신뢰에도 금이 간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일부업체에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불량률 제로’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국내 섬유를 비롯하여 염색가공업체들이 현재 어려운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물량으로 버티던 시절도 지나갔다. 대형 벤더들은 국내에서 염색할 경우 마진이 없다며 자기가 직접 염가공하겠다고 너나없이 해외 공장구축에 열을 올린다. 이러한 상황에 국내 염가공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먼저 거래선도 다시 한 번 검토하여 대량오더에 더 이상 미련을 버려야 한다. 또한 안정적인 오더 확보를 위해서 다양한 신규 거래선 확보 등에 전사적인 사활을 걸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원가절감과 연구개발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생산아이템도 기존 아이템에서 산자용섬유 같은 고부가 아이템으로도 과감히 눈을 돌려야 한다. 기존 생산방식과 고정관념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세계섬유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