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값의 거품빼기가 시작됐다. 국내 의류 브랜드 메이폴이 그 신호탄을 쐈다. 캐주얼 브랜드 메이폴이 올 봄 신상품 가격을 최대 50%까지 낮춘다. 날로 거세지는 유니클로·자라·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공세에 맞불 차원이다. 나아가 토종 글로벌 SPA 브랜드를 향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메이폴의 가격인하는 큰 의미가 있다. 우선 ‘옷값이 좀 비싸냐’라는 측면에서다. 옷값의 결정은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 있다. 원부자재 비용은 큰 차이가 없다. 또 유통측면에서의 비용 역시 옷값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가격 결정의 절대 요소는 디자이너의 창의력에 대한 가치다. 유명 디자이너의 옷이거나 하이 밸류 브랜드 일수록 이는 가격 결정의 바로미터가 된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디자인이냐, 아니냐를 차치하더라도….
 
문제는 옷값 결정 전반에 걸쳐 이 풍토가 만연하다. 특히 아웃도어 제품은 비싸야 잘 팔린다는 게 정설 아닌 정설로 돼 있다. 과시하고픈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를 겨냥한 상술의 백미로 꼽힌다.
 
그런데 이게 앞으로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캐주얼과 아웃도어의 경계가 무너지는 게 이유다. 바로 아웃도어의 시티룩화다. 등산할 때 입는 옷의 일상복화는 하이 프라이스 마켓팅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아웃도어 가격대는 너무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파워 브랜드 아웃도어의 경우 등산복부터 등산화까지 셋트 구매를 할라 치면 최소 100만원대다. 서민의 입장에선 셋트 구매는 엄두도 못낸다. 브랜드는 고 기능성을 강조하지만 이의 검증조차 어렵다. 단적으로 브랜드 상술 놀음의 판만 키웠다.

요즘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스마트 컨슈머(Smart Consumer)가 늘어나는 추세다. 합리적 가격대의 의류 패션 상품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다. 국내 시장서 유니클로·자라·H&M 등 SPA 브랜드가 창궐하는 것도 이들 때문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거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대량 생산 방식으로 제조원가를 낮추고 유통단계를 축소시켜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상품을 유통시킨다. 또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명동과 강남역 등 서울시내 주요 상권을 접수한데 이어 새로 오픈하는 백화점과 대형 소핑몰 등에까지 전방위로 영향력을 확대중이다.
 
메이폴이 가격 거품빼기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위기감 때문이다. 가격대는 글로벌 SPA브랜드 수준에 맞추지만 품질과 디자인은 되레 높인다. 스마트 컨슈머가 찾는 스마트 프라이스(Smart Price)다.

결론은 메이폴의 가격 낮추기가 국내 다른 의류브랜드 가격인하로 이어질지 여부다. 가격 거품을 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각 의류 브랜드들의 가격정책 또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SPA 브랜드가 득세하는 마당에 시장을 지키는 처방안이 가격정책 뿐이라면 가격인하 바람은 태풍으로 변모할 수가 있다.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내 의류 브랜드들의 피나는 노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제는 싸야 팔리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