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미로를 헤매던 패션산업 정책이 오랜만에 길을 찾았다. 글로벌 패션시대에 섬유, 의류, 신발, 안경, 귀금속등 5개 분야를 아우르는 통큰 토탈패션산업 정책이 탄생한 것이다.
이 같은 대전제에서 지난 16일 오후5시 섬유센터 3층에서 아주 특별한 회의가 열렸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주재로 이른바 ‘숙련집약형 패션산업육성방안’의 간담회를 통해 우리나라 토탈패션산업정책의 중장기 프로젝트를 확정한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구호와 구두선의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었다. 오는 2020년까지 패션분야에서 아시아 선도국가 도약을 다짐한 필연적인 논리이자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우리나라 패션산업의 화려한 도약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예전과는 달랐다. 의지의 단면을 단순한 지경부 차원이 아니라 정부 관련부처가 적극 동참한데서부터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이번에는 장밋빛 청사진 아니다.

최장관을 비롯 조석 성장동력실장, 우태희 주력산업국장, 이경호 미래생활 섬유과장등 지경부 고위 당국자가 총 출동했고, 문화부와 고용노동부의 각실장, 중기청 차장, 서울시 과장등 정부 유관 부처 핵심 당국자와 산단공 이사장, 생기원 원장 등 유관 기관도 출동했다.
업계에서는 노희찬 섬유산업연합회장, 원대연 패션협회장,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회장, 민복기 EXR코리아 사장, 박흥식 신원회장을 비롯한 섬유ㆍ패션업계 수장과 CEO가 참석했다.

앙드레김 이후 대표주자인 이상봉씨를 비롯 박윤수ㆍ우영미씨등 디자이너, 도신우 모델센터 원장등도 함께했다.
이례적으로 올해 대한민국 패션대전 대통령상 수상자를 비롯 패션, 귀금속, 신발 전공학생 5명이 참석해 의견개진의 기회를 가졌다. 최장관의 모두 발언에 이어 조석실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우태희 국장이 ‘숙련집약형 패션산업 육성방안’을 상세히 소개했고 토론회를 거쳐 마지막까지 최장관이 마무리 발언을 하는 등 정부의 강한 열정과 의지를 확인시켰다.
사실 이날 확정된 ‘숙련집약형 패션산업 육성방안’은 지식경제부가 올 초부터 업계 관계자들과 여러차례 모임을 갖고 도출한 내용을 집대성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9월17일 대통령 주재 ‘제29기 위기관리 대책회의’ 보고 안건이었으며 여기에 여러 추가적인 방안을 강구해 이날 공개한 것이다.

 
주요 핵심내용을 보면 섬유, 의류, 신발, 귀금속, 안경 등 5개 업종을 ‘숙련집약형 패션산업’으로 지정해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토탈패션산업 분야에서 아시아 톱브랜드 10개를 육성하고, 이를 위한 ‘글로벌 패션브랜드’육성사업단을 구성한다. 여기서 20개 후보 브랜드를 발굴해 브랜드 유형별로 글로벌 성장전략을 마련해 가기로 했다.
유명디자이너 작품을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에 홍보하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 M&A펀드를 활용해 역사적 전통을 가진 기존 명품 브랜드를 M&A하고, 더불어 고가품에 촛점을 맞춘 럭셔리 명품브랜드 1개와 디자이너 브랜드 2개, 중고가품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5개, 중저가 토탈브랜드 2개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고급패션 생산기반 구축을 위해 동대문과 대구 봉무동 등을 패션지식기반 집적지구로 지정하여 아시아 패션명소로 발전하도록 지원한다. 2500개의 섬유업체가 밀집된 경기북부 지역에도 대규모 토탈패션 전용 단지조성을 추진한다.

열약한 근로환경과 젊은 신규인력 취업기피 등으로 숙련인력 부족 및 기존 숙련인력의 고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가치사슬(개발-생산-유통)의 특성화된 인력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위해 브랜드 디자인 랩을 운영하고 1인 창조기업 지원등도 강화하며, 도심 여성인력과 대학 청년인력, 취약계층 등에 다양한 지원을 펼쳐나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으로 우리나라 패션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켜 패션분야에서 명실공히 아시아 선도국의 위상을 확실히 정착시키기로 했다. 또 이 같은 과감하고 의욕적인 토탈패션산업 정책을 통해 신규고용창출 3만2000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 같이 정부가 과거에 볼 수 없던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토탈패션산업 육성정책은 만시지탄의 감이 크지만 이제라도 매우 타당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내년에 공개될 의욕적인 신섬유 로드맵을 합쳐 우리나라 섬유ㆍ패션산업은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 날 확정한 숙련집약형 패션산업육성방안이 장밋빛 청사진이 되지 않도록 하기위해 충분한 예산의 뒷받침이 보장돼야한다.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구두선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또 거창하고 화려한 중장기 전략도 중요하지만 발등의 불인 현실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정책의 우선순위가 고려돼야 한다. 이 날 노희찬 회장이 지적한 것처럼 지금 산업현장에는 인력이 없어 피말리는 고통을 겪고 있다. 섬유 생산현장 30만명 근로자의 10%인 3만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칫 거미줄과 곰팡이가 가득차게 될 제조업의 기막힌 현상부터 해소해줘야 한다.
“생일에 잘 먹자고 일주일 굶으니까 죽더라”는 말이 있다. 아시아 TOP브랜드 10개를 육성하고 3만2000명의 고용창출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존공장이 살아 있어야한다.
당장 발등의 불인 외국인 근로자를 섬유ㆍ패션업계에 지금보다 몇 배이상 늘려주라는 요구에 이날 배석한 고용노동부 고위간부는 “인력난이 그렇게 심각하느냐”고 선문답을 했다.

발등의 불 인력난부터 해결하자

이날 고용 노동부 고위당국자가 매년 3월에 외국인 근로자 도입정책을 결정하던것을 이번에는 이달중에 마련하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해 지경부와 업계가 총력을 펼쳐 당장 급한 외국인 근로자 배정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또 이날 원대연 회장이 주장한 것처럼 10개 브랜드와 여러명의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브랜드하나, 세계적인 디자이너 한 명을 키운다는 선택과 집중이 실질효과를 낸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가 삼성그룹에 있을때 불모지 한국 여자골프계의 박세리 한 명을 제대로 후원해 키운 결과 그 파급효과는 전 세계가 뒤집어진 하나의 예증을 참고하자는 것이다.

과욕은 자칫 과장과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모처럼 정부가 마련한 가슴뻥 뚫린 ‘숙련집약형 패션산업 육상방안’을 전폭적으로 환영하면서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예산 뒷받침등 적극적이고 세심한 실천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패션산업은 누가 뭐래도 에두룰 수 없는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신성장 동력의 팩트다. 이번 토탈 패션정책으로 그 동안 우리가 잃은것을 벌충하고도 몇 백배 더 많은 과실을 선물 받을 수 있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국제섬유신문 발행인>